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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나와 존은 호텔방에 있었다.

 

[좋은 방이죠? 여기, 사장의 사촌이 운영하는 호텔이랍니다.]

 

 

 

확실히 좋은 방이었다.

 

20층에 위치한 객실 창문 너머,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진다.

 

[형씨, 가족한테는 연락했어요?]

 

 

 

[응.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지만 어떻게든 이해시켰어.]

 

[일이 끝날 때까지는 미안하지만 형씨를 여기 가둬놔야 하니까요. 까딱하면 가족한테까지 폐 끼칠 우려가 있고...]

 

내게 가족이란 어머니와 누나, 둘이다.

 

 

 

아버지는 3년 전 가을,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가 죽었을 때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집에서 혼자 돌아가신 걸 발견했으니.

 

 

 

아버지는 정말 좋은 분이셨다.

 

나는 생애 가장 많이 울었다.

 

어머니는 몸도 약하셔서 내가 지켜드려야 할텐데, 정작 내가 이꼴이라니.

 

 

 

정말 한심했다.

 

[이봐, 존. 너한테도 가족이 있겠지?]

 

내 질문에, 존은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피가 이어진 가족은 없습니다. 저, 고아원 출신이거든요. 그래서...]

 

[그렇구나. 괜히 물어본 거 같네.]

 

[아뇨, 저한테도 가족이 있습니다. 사장이랑 다른 사원들 모두요. 저는 사장이 받아주지 않았다면 정말 쓸모없는 인생을 보내다 끝났을 거에요.]

 

 

 

그렇게 말하고 존은 상냥히 미소지었다.

 

[그 여사장, 히스테릭하고 무서운 사람 같았지만 네 말대로 원래는 좋은 사람 같더라.]

 

[뭐, 그렇죠. 평상시에는 무섭지만. 그리고 형씨...]

 

 

 

[응?]

 

[그 사람, 여자 아니에요.]

 

[뭐?]

 

 

 

[이미 개조가 끝난거죠.]

 

한동안 나는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은 오랜만이다.

 

 

 

존은 계속 노트북으로 계획서를 만들고 있었다.

 

[이봐, 존.]

 

[왜요?]

 

 

 

[나 같은 사람, 많이 있어? 이렇게 영문도 모른채 악령한테 씌어버린 사람이 나 말고도...]

 

존은 조용히 한숨을 내쉰다.

 

[많죠. 하지만 형씨는 운이 좋은거에요. 우리랑 만났으니까. 대개 아무 것도 못하고 그냥 죽어버려요. 처음 형씨가 말했던 것처럼, 스스로가 이상하다고 믿어버린채... 다들 죽어가는거죠.]

 

 

 

존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최근 들어 연간 자살하는 사람은 3만명이 넘어요. 하루에 100명 꼴로 목숨을 끊는거죠. 행방불명이나 왜 죽었는지 모르는 경우까지 합치면 더 있을 수도 있구요. 사장은 말했었어요. "일본인의 수호령은 해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어." 라고요. 그 탓에, 정말 약한 악령이라도 간단히 사람한테 씌인다는거죠. 물론 자살한 사람 전부가 악령 때문은 아니겠지만... "정말 슬픈 일이야." 라고 사장은 말했었습니다.]

 

[수호령인가... 아까 전에도 말헀지만, 나는 영혼 같은 건 잘 몰라. 수호령이라는 건 뭐야?]

 

 

 

존은 노트북에서 손을 떼고 나를 바라보았다.

 

[수호령과 악령... 같은 영혼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존재입니다. 악령은 자기자신의 감정과 의지에 의존해서 존재하죠. 반대로 수호령은 인간의 따스한 기억에 의존해 존재하고요. 악령의 힘은 자신의 염원이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좌우되고, 수호령의 힘은 따스한 기억에 따라 좌우되는 겁니다.]

 

[따스한 기억? 그게 뭐야?]

 

 

 

[상냥함이죠. 사람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보호받으면서 상냥함이라는 걸 배우게 됩니다. 서로 돕고 돕는거죠. 그런 정신이 곧 수호령의 힘으로 이어지는 거에요.]

 

나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말 뿐이었다.

 

다만 존이 너무나 진지한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거, 무슨 종교 같은거야?]

 

[아뇨. 사장이 한 말을 그대로 읊은 것 뿐. 종교단체 같은 건 아니에요.]

 

존이 말한대로 일본인의 수호령이 전체적으로 약해져 간다면, 그것은 서로 돕고 돕는 정신이 결여됐기 때문인가...

 

 

 

확실히 슬픈 일이다.

 

그렇다면 나도 그 서로 돕는 정신이 없기 때문에 이런 꼴이 되어 버린건가...

 

[형씨의 수호령은 강해요.]

 

 

 

[뭐?]

 

[전에도 말했지만, 형씨는 원래 죽었어도 이상할게 없는 몸이라고요. 그 정도로 강한 놈이 씌어있어요. 하지만 형씨는 안 죽고 살아있잖아요. 수호령이 지켜주고 있는 덕입니다.]

 

[내 수호령이라는건...?]

 

 

 

[아버님이세요. 형씨 아버님이 지켜주고 계십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막아내고 계신 정도지만요. 정말 온힘을 다해주고 계세요. 형씨 아버님, 정말 좋은 분이셨던 것 같네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조용히 창밖 너머 아름다운 야경을 바라보았다.

 

야경이 희미하게 번져보였다.

 

 

 

저녁밥 삼아 존이 스파게티를 권한다.

 

[먹어두세요. 이제부터는 체력싸움이 될테니까요.]

 

존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지금 내게는 식욕이 없었다.

 

 

 

반 정도 깨작대는게 고작이었다.

 

그걸 보며 존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안해서 마음이 바짝 쪼그라든 상태였다.

 

 

 

뭐가 뭔지도 모를 일에 말려들어, 이 모양 이 꼴이다.

 

납득이 가질 않았다.

 

어째서 이런 일에 내가 말려들고 만걸까.

 

 

 

스스로에게 물어도, 존에게 물어도, 내 마음은 납득을 할 수가 없었다.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 속에는 지금도 사람들이 이리저리 바삐 움직인다.

 

이전에는 나도 그 흐름 속에 있었는데.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생각에 잠겨있던 내 귓가에,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난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나는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사람 손이 창 반대편에 달라붙어 있었다.

 

여기는 20층이다.

 

베란다도 없다.

 

 

 

사람이 서 있을 수 있을리 없었다.

 

그런 곳에 사람 손이 있는 것이다.

 

나는 존의 이름을 외쳤다.

 

 

 

그 순간, 존은 내 앞을 가로막고 서서 [창에서 떨어지세요!] 라고 외쳤다.

 

존은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창문에 붙은 손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괜찮아요. 내가 있으니까. 이 방 안으로는 못 들어옵니다.]

 

존은 벌벌 떨고 있는 내게 말했다.

 

그 순간, 서서히 손의 주인이 기어다니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얼굴을 본 순간, 나는 머리를 한방 세게 맞은 듯한 충격에 말을 잃었다.

 

내가 거기 있었다.

 

창 너머에, 내가 있었다.

 

 

 

몇번을 다시 봐도 나였다.

 

내 머릿속은 완전히 새하얘졌다.

 

왜 내가 창 너머에 붙어있는 걸까.

 

 

 

나는 여기 있는데, 창 너머에도 내가 있다.

 

내 머릿속은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

 

[사장님, 접니다! 존이요! 큰일났어요! 도플갱어가 나왔어요! 형씨 도플갱어가 나왔다고요! 제 눈에도 보여요! 지금 창문 밖에 있어요! 네! 부탁드립니다!]

 

 

 

존은 사장에게 전화를 한 듯 했다.

 

무언가를 부탁하고, 존은 전화를 끊는다.

 

[형씨! 저놈한테 절대 닿으면 안됩니다! 만약 닿으면 나도, 사장도 형씨 생명을 구할수가 없어요!]

 

 

 

창 너머 또 하나의 나는 격렬히, 미친듯 창문을 두드린다.

 

그 충격이 연쇄되듯, 방안이 쿵쿵 울린다.

 

[열어라아아아아! 열어라아아아아!]

 

 

 

내가 창밖에서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나는 잔뜩 겁에 질려, 마음 속으로 그저 "멈춰줘, 이제 그만 멈춰줘." 하고 외칠 뿐이었다.

 

존은 [빨리, 빨리, 빨리...] 하고 중얼거린다.

 

 

 

다음 순간, 존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자, 창 너머 또 하나의 내가 놀란 표정을 짓더니, 녹아내리듯 그대로 사라졌다.

 

[뭐야! 저건 도대체 뭐냐고! 존! 내가 있었어! 내가 있었다고!]

 

 

 

고함치는 나를 무시하고, 존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네, 사라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나는 뭐가 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존은 소파에 앉아, 지금 일어난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진짜 큰일났습니다, 형씨. 창밖에 있던 형씨는, 그 여자, 나나코가 만들어낸 분신이에요. 그 분신에 닿으면 무조건 죽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도플갱어라는거죠. 그 여자는 진심으로 형씨를 죽이려드는 거에요. 도플갱어의 살상력은 비정상적으로 높습니다. 아마 원래 그 여자는 형씨를 느긋하게 괴롭히다 죽일 작정이었을거에요. 그렇게 해야 형씨가 강한 악령으로 거듭나고, 여자한테 더 도움이 될테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나타났으니 마음이 급해져 바로 수를 쓴 거 같아요.]

 

존은 씩씩대며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형씨한테는 사장 특제 방화벽을 심어뒀었습니다. 보통 악령이라면 손 하나 깜짝 못할 놈으로요. 그런데 그 여자는 그걸 가볍게 돌파해서 형씨의 분신을 만들어낸 거에요. 더 문제는, 저한테도 형씨 분신이 보였고, 그게 제가 보고 싶어서 본 게 아니라는 거에요. 그 여자가 강제로 저한테도 보여준거죠. 저도 어느샌가 그 여자한테 씌어버린 거에요. 금방 전에는 사장에게 부탁해 제령을 받았습니다. 지금 저로서는 저걸 쫓아낼 재간이 없어요. 저한테 가장 충격인 건,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그 여자가 저렇게 완벽한 분신을 만들어 저랑 형씨 앞에 나타냈다는 거에요. 저는 그 전까지 전혀 눈치도 못 챘고요. 저 여자는 저보다 아득히 윗단계에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존은 분한 표정으로 말을 맺었다.

 

내 몸은 여전히 벌벌 떨리고 있었다.

 

 

 

존의 이야기가 더욱 내 공포심을 부추겼다.

 

나는 존에게 고함쳤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건데!]

 

 

 

존은 고개를 푹 숙였다.

 

[어떻게 하지...]

 

그렇게 말하고, 존은 머리를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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